남북 연락채널 전격 복원…정상회담 언제쯤 열릴까?
[앵커]
지난해 6월부터 차단됐던 남북 연락채널이 남북 정상 합의로 1년여 만에 전격 복원됐습니다.
그동안 남쪽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북한의 태도가 바뀐 배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직은 시작일뿐이고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는지, 지성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6월,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의 결실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일방적으로 폭파해버렸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했다는 이유였는데요.
북한이 공개한 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은 ‘한반도의 봄날’이 다시 오길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연락사무소 폭파에 앞서 북한은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소통 채널을 완전히 닫아버렸습니다.
13개월이나 끊어졌던 남북 연락 채널이 다시 이어진 것은 지난 화요일.
“여기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입니다. 반갑습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올해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연락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1971년 남북 간 직통전화가 처음 설치된 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남쪽에 불만이 있으면 일방적으로 통신 연락선을 차단하고, 자신들이 필요하면 다시 연결하는 행태를 반복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태도 변화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하고, 국경 봉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북한은 민생고가 심각합니다.
물론 북한은 연락 채널이 복원됐다고 남쪽이나 국제사회로부터 당장 식량 등의 지원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겠지만, 무엇보다 자존심 때문에 공개적인 지원을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면 주변 정세가 안정돼야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북 통신선 연결을 시작으로 정세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식량난을 언급했던 노동당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의 만남 제안에 “잘못된 기대”라며 찬물을 끼얹은 북한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체제 유지와 대북제재 해제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양측의 생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북·미가 마주 앉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촉구하지만,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만남의 조건’을 조율하려면 결국 한국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남북 대화를 징검다리 삼아 대미 협상까지 이어가려면 첫 단추는 역시 남북 연락 채널 복원인 겁니다.
중국이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중국은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기회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마도 베이징 올림픽 무대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을 겁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도 ‘평화의 중재자’, ‘지역 정세 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꼭 필요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시 주석이 이 같은 그림을 요구한다면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르면 다음 달 북·중 무역이 재개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북한에 지원할 많은 양의 곡물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국경 봉쇄가 풀리길 기다린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사실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 북한이 남쪽과 연락 채널 복원에 합의한 배경이 이해될 듯합니다.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7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베이징 ‘빅 이벤트’를 위해선 최소한 지금부터는 남북이 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배경이 있든,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로선 북한이 남북 대화에 안달하고 먼저 나설 분위기는 아닙니다.
연락 채널 복원 사실도 대내 매체에서는 보도하지 않아 주민들은 모릅니다.
남쪽에 대해 섣부른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논의된다는 외신 보도를 즉각 부인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도 임기 내에 최소한 한 번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금 소통 채널이 열렸는데, 당국자 간 실무 협의 등 많은 준비를 거쳐야 성사가 가능한 정상회담을 벌써 언급하는 건 좀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이번에 북한과 연락 채널 복원을 논의하면서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과 ‘방역 회담장’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남북 비대면 대화를 위한 영상회의실을 마련해놓았습니다.
북한이 호응하면 이미 깔린 광케이블을 연결해 화상회담을 하는 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남북 정상 간 화상회담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입니다.
아무리 비대면 방식이라고 해도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성과 없는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국내 여론을 의식한다면 임기 말에 정상회담을 너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남북 정상이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겠냐는 얘기가 정부 내에서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 김 위원장만 결심하면 당장이라도 정상회담은 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연합뉴스TV 지성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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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연합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