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DJP 연합’도 깬 해임건의안…정권 심판 카드로
[앵커]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또 한 번 얼어붙었습니다.
해임 건의안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정권 견제와 심판의 카드로 활용되곤 했는데요.
최지숙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기자]
협치를 다짐하며 개원했던 21대 후반기 정기국회가 정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정국을 삼켰는데, 그 불씨가 내각으로 옮겨붙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입니다.
비속어 논란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라인 경질을 촉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해임 건의안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외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에 나섰습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169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단독 처리가 가능합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표결 결과는 예상대로 가결.
“외교부장관 박진 해임건의안은 총투표수 170표 중 가 168표, 부 1표, 기권 1표로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본회의 시작 후 해임 건의안 통과까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 가결은 헌정 사상 역대 7번째인데요.
정치는 사라졌고 대립은 심화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의 독주 앞에, 소수 여당의 한계를 또 한 번 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진표 의장을 찾아가 중재를 요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적으로 강제 처리한 데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반면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외교참사 거짓말 대책 위원회’를 꾸려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외교 대참사, 욕설로 인한 국격훼손, 대통령 거짓말로 인한 국민기만, 언론탄압… 윤석열 정부의 칼춤을 멈춰 세우겠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지난달 29일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상 박 장관 해임 거부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박 장관 역시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입장문에서 ‘흔들림 없이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돼선 안 된다’는 말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해임 건의안은 그 표현대로,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인데, 다만 ‘정치적’ 구속력은 있다고 보는 견해가 대체적입니다.
이전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모두 6건.
이 중 5명이 정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진사퇴 등의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첫 사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인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해임으로, 당시 헌법은 불신임이 의결된 국무위원은 즉시 사퇴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도 권오병, 오치성 두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 같은 해임 건의안 통과는 정국뿐 아니라 권력 구도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정부에선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에 대해 햇볕 정책 실패를 이유로 해임건의안이 상정, 가결되면서 견고해보였던 ‘DJP 연합’ 붕괴의 계기가 됐습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직을 유지했습니다.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제3당인 정의당은 불참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사유로는 정치 실종 그리고 책임의 주체에 관한 문제를 들었습니다.
정의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은 “국회뿐 아니라 정치 그 자체를 ‘올스톱’ 시키는 나쁜 촌극으로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책임을 박 장관에게 묻는 것은, 초점이 어긋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의당은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휘핑 보이'(왕자 대신 매 맞는 소년) 뒤에 숨지 말고 사과하십시오.”
여야의 대치 전선이 점차 극단으로 흐르는 가운데, 본질적 해법과 관련해 돌이켜볼 지점을 남겼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고전 병법서 ‘손자병법’에는 ‘강자’에 대한 독특한 정의가 나오는데요.
진정한 강자는 ‘주변을 돌아보며 상하와 좌우 관계에도 눈을 돌리는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힘만 과신하기 전에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여야가 힘 자랑과 세 과시에 앞서, 생사 여탈권을 쥔 민심의 동향을 먼저 의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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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연합 최신